‘입주개시예정월’에 관하여

원자재 가격의 폭등, 화물연대 파업 등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 건설에 악재가 되는 뉴스가 많은 지금이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로에 있고, 이 침체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뉴스를 흔히 듣게 되는 요즘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화물연대의 파업 등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건설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계약에서 정한 공기를 지키지 못하는 현장이 늘어나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 입장에서는 분양계약에서 정해진 입주기간에 입주를 못하게 될 것이 우려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분양계약서에는 입주예정일을 확정적으로 정하지 않고 예컨대 “입주개시예정월 : 2023년 9월(공정에 따라 변경될 경우 추후 개별 통보함)”이라고 정해놓고, 지체보상금으로 ‘분양자가 계약서에 정한 입주개시예정월에 입주를 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대금에 대해 일정한 연체료율에 따라 정해진 지체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많은 수분양자들이 이를 보고 입주개시일은 변경이 가능한 날이므로 분양계약서에서 정해진 입주개시예정일이 경과하더라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입주개시예정일’이 분양을 하는 자들이 정하여 통보하는 확정되지 않은 기간인 것처럼 계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의 경우 분양받은 입주예정 시기에 맞추어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마치고 이사를 준비하여야 하므로 분양계약 당시 확정적인 입주예정시기를 정하고자 할 것인데 분양자가 일방적으로 입주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면 수분양자들의 이와 같은 의사가 완전히 무시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분양계약서에 ‘공정에 따라 변경될 경우 추후 개별 통보함’이라는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분양자는 분양계약서에서 정해진 입주개시예정월까지 입주가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 수분양자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볼 경우, 기한에 연도와 월만 기재하고 날짜의 기재가 없는 경우에는 통상 그달의 말일에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분양계약서에 정한 입주예정일은 입주개시예정월로 약정한 2023년 9월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고, 이날이 경과한 2023. 10. 1.부터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서를 통해 약정된 지체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13. 11. 14. 선고 2013다22553 판결을 통해 이와 같은 취지로 지체보상금이 발생한다는 점을 긍정한 바 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17. 선고 2018가단5032817 판결 등 다수의 하급심 판결 역시 입주예정개시월, 입주예정월 등의 마지막 날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부터 지체보상금이 발생한다는 점을 긍정하는 판시를 하고 있다.

요컨대 분양계약서를 통해 약정된 입주개시예정월, 입주개시월 등이 정해져있고, 분양계약서에 이 일자가 경과하면 지체보상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면, 이 입주개시예정월, 입주개시월의 말일이 경과할 때까지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를 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하면, 이 일자의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문구가 부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날부터 지체보상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분양을 한 분양자들이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품귀현상, 화물연대의 파업, 예상치 못한 암석의 발견 등으로 공사가 지연된 것은 분양자들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것이므로 지체보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공급사업자가 입주지연이 불가항력이었음을 이유로 그로 인한 지체상금 지급책임을 면하려면 입주지연의 원인이 그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은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59482,59499 판결 등 참조).

우리 법원은 시공사의 부도, 사업부지의 지질학적 특성,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파업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양자들의 지체보상금 지급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다만 일정한 경우 지체보상금 감액이 인정될 수는 있다).

이상의 사정을 고려하면 분양자가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다거나 불가항력이라는 등의 주장으로 지체보상금의 지급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수의 분양계약서는 ‘수분양자는 분양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입주가 입주개시예정월부터 3개월(또는 5개월)을 초과하여 지연된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약정 해제사유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입주개시예정월부터 분양계약서 정한 기간(3개월, 5개월 등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분양자가 수분양자들에게 입주가 가능한 상태로 분양계약의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은 이상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에서 정한 바대로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여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을 해제하면 분양자는 원상회복의무에 따라 수분양자들에게 이들이 기 납부한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반환하여야 할 것이고, 이 금원에 대해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연 5%의 민사법정 이율에 따라 계산한 지연손해금, 별도로 약정이 있다면 약정에서 정해진 비율에 따라 계산한 위약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입주개시예정월부터 분양계약에서 정한 기간 동안 입주가 지연되고 있었으나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해제한다는 해제권 행사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분양자가 수분양자들에게 입주가 가능한 상태로 분양계약의 목적물을 제공하면 이 약정해제권을 소멸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분양계약에서 약정 해제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지 않거나, 약정 해제 사유가 충족되기 어렵게 정해져 있다면 수분양자들은 계약을 해제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분양계약에서 약정 해제사유를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분양자들은 민법에 따른 법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선분양·후시공 방식의 분양계약은 도급계약과 매매계약의 성격이 혼합된 계약이라고 볼 수 있고, 매매대금 전액의 지급의무가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 또는 오피스텔의 완성 및 인도 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거나 선이행의무가 되므로, 원칙적으로 수분양자들은 분양대금 전액을 납부하거나 분양대금 전액에 대해 이행제공을 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분양자들에게 목적물의 완성 및 인도의무의 이행을 최고 해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참고로 대법원이 중도금 및 잔금 액수를 초과하는 금원이 예치되어 있는 예금통장의 사본을 제시한 것은 이행의 준비에 불과할 뿐 적법하게 이행 제공을 한 것이 아니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음을 고려하면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에 대한 이행제공은 분양대금의 납부에 준하는 것이 되어야 해 수분양자들이 법정해제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건축물을 건축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상당한 범위를 넘어서는 기간 동안 완공을 하지 못하였거나, 시공사의 부도 등으로 건축공사가 반복적으로 중단된 바 있고, 입주개시예정월을 기준으로 상당한 기간 내에 완공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사유 등이 존재한다면 분양자의 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평가될 수 있고, 이 경우라면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 납부 의무의 이행 또는 이행이 제공이 없더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H&P법률사무소 변호사 봉 재 홍